친절한 금자씨
2018.09.22 22:55

친절함이라는 말이 갖는 기본적인 이미지가 있다. 이 영화는 제목으로 사기를 치는 영화는 아니다. 그녀는 분명 친절하지만, 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친절함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친절을 받는 상대방이 원치 않는 친절함도 아니다. 그녀의 베푼 친절함의 수혜자들은 모두 그녀에게 감사하고, 그에 따른 답례도 한다.

이것은 이금자가 '친절하게' 자신의 복수를 백선생의 다른 피해자 유족들과 나누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끝까지 친절하다. 그러나 이금자는 친절한 복수자이기 때문에 영혼의 구원을 받지 못했다는 친절한 나레이션까지 나온다. 나레이션의 화자는 누구였을까 싶지만 나는 일단 그녀가 구원받지 못했으므로 좋아한다는 문장 때문에 이금자의 딸 제니 성장 시점에서 회고하듯이 나레이션이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딱히 화자가 없는 단순한 나레이션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가 상대적으로 올드보이 같은 다른 박찬욱 감독의 작품보다 입문장벽이 덜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 입문장벽을 느낀 적이 없는 터라 그냥 그렇구나... 만 했는데, 찬찬히 생각해 보니 알 만도 하다. 친절한 영화답게, 러닝타임 중간중간 친절하게 쿠션이 많았다. 그리고 그 쿠션도 아 쿠션이구나 싶은 명백한 쿠션이 아니라 내 유머 취향에 맞는 블랙코미디들이라 쿠션이 필요없는 사람들도 마음에 들만 했다.

처음 대장금에서 보았던 이영애는 그렇게까지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영애 얼굴을 보니 그런 건 모르겠다... 같은 정도였는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는 내내 이영애 특유의 나른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톤이나 비주얼, 그리고 보여주는 표정연기가 정말 섬뜩하고 애잔해서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잘 짜인 작품이면서, 주연 또한 잘 짜인 연기라 더욱.

뭐 박쥐의 예가 있기도 하니 박찬욱이 판타지성을 싫어하는 건 아니란 걸 알긴 했는데, 그래도 영화 중간중간 보이는 구름이나, 회상을 표현하는 환청 같은 연출은 제법 낯설었다. 혼자 방방 튀는 연출이 아니라 박찬욱의 내공을 볼 수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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